부천시가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지원 조례’제정(2025. 6. 30.)을 계기로, 이주배경청소년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정책 논의를 본격화한다.

8월 20일 부천시청 소통마당에서 열린 ‘이주배경청소년 지원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는 제도의 취지를 시민 사회와 공유하고, 실질적 과제를 짚어보는 장으로 부천이주배경청소년인권네트워크가 주관,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 주최, 부천시 지원을 받아 개최하였다.

부천이주배경청소년인권네트워크는 각 기관들이 이주배경청소년의 복합적 문제를 산발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지원시스템’구축의 절박함을 느껴 결성한 민-관-학 협력 네트워크이다.

토론회는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성희 교수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현황과 과제’발표, 어게인 최승주 대표의 네트워크 경과 보고 및 시민 인식조사 결과 발표, 박찬희 부천시의회 의원의 조례 발의 배경 발표, 파키스탄 출신 청소년 이라힘 군의 ‘두 정체성과 한국인으로의 삶’주제 발표, 부천새날학교 홍승엽 교장의 ‘시민사회 차원의 정책 제언’이후 참석자 토론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 빠르게 늘어나는 이주배경청소년

부천시는 오래전부터 외국인 주민이 밀집한 도시다. 2023년 11월 통계청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은 약 58,632명으로, 시 인구의 7.3%를 차지한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 등 학령기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2016년 3,746명에서 2023년 5,996명으로 1.6배 이상 급증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보다도 빠른 속도다.

문제는 지원 체계가 이들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 결혼이민자 가정 자녀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중도입국 청소년·외국인가정 자녀·미등록 청소년 등은 제도권 지원에서 소외되어 왔다. 이번 부천시 조례는 이런 공백을 메우려는 첫 시도다.

■ 시민 인식: “지원 필요하다” 96%

부천이주배경청소년인권네트워크가 실시한 시민 인식조사(2025. 7~8)는 정책 추진의 사회적 토대를 확인시켜 준다.

응답자의 96.4%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88.2%는 “이주배경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이들이 겪을 것으로 생각하는 주요 어려움은 언어·의사소통(72.9%), 교육 기회 부족(67.1%), 정서적 어려움(67.1%), 편견 및 차별(64.7%) 순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꼽은 최우선 지원 과제는 한국어 교육(28.2%)과 편견 해소·인식 개선(17.6%)이었다.

이주배경청소년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시민들의 포용성을 보여주는 수치로는 89.4%가 “같은 공동체 구성원”이라고 답했으며, 94.1%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현장의 목소리: “두 정체성 속에서”

이번 토론회에선 당사자 청소년의 목소리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파키스탄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라힘 군은 한국과 파키스탄을 오가며 성장한 경험을 나눈다. 그는 “파키스탄에선 한국인, 한국에선 외국인으로 불리며 늘 ‘사이에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다”며 “진짜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언어와 문화 적응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였다.

■ 정책 제안: 원스톱 지원체계 필요

전문가들은 지원정책이 ‘각 부처 쪼개기’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천새날학교 홍승엽 교장은 토론회에서‘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제안했다.

비자·행정, 진로·진학, 의료, 심리상담, 생활 정보 등을 한 곳에서 안내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부천시 외국인주민·다문화가족 지원협의회 내에 이주배경청소년 전담 지원위원회를 설치하고, 외국인 밀집 지역인 부천에 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장소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 학계와 시의회: 제도 개선 주문

조성희 서울신학대 교수는 발제에서 “이주배경청소년 정책은 그동안‘다문화가족’중심으로 협소하게 설계돼 왔다”며 “중도입국 청소년, 외국인가정 자녀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찬희 부천시의원은 조례 발의 배경을 설명하며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더 이상 ‘특수한 집단’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미래 세대”라며 “교육·복지·문화 전 영역에서 차별 없는 지원이 이뤄지도록 제도 보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남은 과제: 실행력

이번 토론회는 조례 제정 이후 첫 공개 논의의 장이었다. 참가자들은 “부천은 이미 사회적 합의 기반을 확인했다”며 “이제는 조례의 실질적 이행,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주배경청소년 문제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사회통합 과제라는 점에서, 부천시의 행보가 전국적인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